자연은이웃을 살지운다
  
  洞府深深隔世塵(동부심심격세진)
晩晴風物亂요人(만청풍물난요인)
鶯초蝶협花顔美(앵초접협화안미)
燕掠청정水面嚬(연략청정수면빈)
定裏關心詩久廢(정리관심시구폐)
興中揮筆句還新(흥중휘필구환신)
奇觀最好春歸後(기관최호춘귀후)
岳色溪光富四隣(악색계광부사린) 

깊고 깊은 마을 세속 먼지 막혔지만
늦게 개인 풍물이 사람 어지럽히네
꾀꼬리 나비 좇자 꽃 얼굴이 아름답고
제비 잠자리 채자 물 낯이 찡그린다
선정으로 마음 돌려 시 짓기 잊었다가
흥겨워 붓 드니 글귀 오히려 새로워
좋은 구경거리란 봄 지난 뒤가 가장 좋아서
산 색깔 시내 빛이 온갖 이웃 살지운다 

무경대사의 시이다. 백운암(白雲庵)에서 지은 시이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시흥을 멈추지 못하는 시인의 고백이다. 첫련의 기흥부터 착의의 시상이 재미있다. 깊은 골이니 세속의 먼지가 막혀 있어 사람의 삶에 시끄러움이 없어야 하건만, 여기서는 오히려 자연 풍물이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저녁나절의 개인 날씨가 사람들을 유인하여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 즐거운 괴로움, 이것이 바로 속세의 삶과 다른 것이다.
승련에서의 수사는 일상을 초탈한다. 꾀꼬리에게 쫓기는 나비는 꽃잎이 되어 그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나비가 꽃잎으로 변했다. 꾀꼬리에 물려 있는 나비를 연상해 보라. 그 아름다움이 상상된다. 수면 가까이 앉아 있는 잠자리를 채는 제비, 그 순간 살랑이는 물무늬, 이를 물낯이 찡그린다 하였다. 꾀꼬리에 쫓기는 나비는 꽃잎이 되어 아름답고, 잠자리를 낚아채는 제비, 그 날렵한 자세에 수면은 찡그린다. 물찬 제비란 말이 있지만 이는 제비의 날쌤을 말하는 것이지 수면으로서야 귀찮은 일이다. 

스님으로서 참선에 몰두하다 보면 이러한 사물을 살필 기회도 잃었기에 시를 짓는다는 생각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흥에 이기지 못해 붓끝이 절로 춤을 추니 그 시구는 새로워질 수밖에 없다. 

사물의 실상을 혜안적 투시력으로 분석하고 종합하여 자재로운 진실로 재구성하는 것이 시인의 몫이기에 이러한 시어들에서 느끼는 신선한 정감이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시인이나 스님으로서야 가난이 어쩌면 속성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경관은 오히려 온 주변을 풍요롭게 변화시킨다. 이 풍요가 진정한 부자인 것이다
 
 
 이종찬 <동국대 교수>
자료출처:(http://bud.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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