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을삼키다
  
  慮陵山水其蒼蒼(여릉산수기창창)
三笑遺風尙不亡(삼소유풍상불망)
明月近人留淨界(명월근인류정계)
詩朋同我宿禪牀(시붕동아숙선상)
雲晴天抱魚龍氣(운청천포어룡기)
夜靜樓含斗極光(야정루함두극광)
愛國誠深今作客(애국성심금작객)
夢魂應復繞高堂(몽혼응부요고당) 

여릉의 산수는 아마도 아슬하지만
세 사람의 웃음은 유풍으로 아직 남아
밝은 달 사람에게 가까워도 청정계 머물고
시 친구는 나와 함께 절 침상에서 잔다
구름 개인 하늘은 어룡 기운을 안고
밤 고요한 누대는 북극의 빛을 삼킨다
나라 사랑 정성 깊어 지금은 나그네라
꿈은 응당 부모 처소를 맴돌겠지요. 

징월대사의 ‘높은 벼슬아치에 차운한(次都大雅)’ 라고 한 시이다. 여릉의 동림사에 머물고 있던 혜원(慧遠)이 도연명과 육수정을 만나 호계를 넘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건너버려 웃었던 것처럼, 오늘 나도 지기의 손님을 맞아 격 밖의 일을 하게 되었다 하는 것으로 서두를 삼았다. 

밝은 달이 아무리 사람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청정의 저쪽 세계에 머무는 것이지, 인간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속계의 손님과 자신의 거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인품적 고결성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그러한 거리를 오늘은 한 자리로 당겨놓았다. 그것은 시로서의 친구이기에 또한 가능하다. 이 시의 친구(詩朋)의 밀착이 돋보인다. 구름이 걷히면 하늘도 개었다 한다. 이때 하늘은 구름을 대신하여 용의 위력을 갖는 것이다. 지금 이 벼슬아치는 임금의 위력으로 상징되는 어룡의 기운을 대신하는 것이다. 밤이 깊은 누대는 북극의 빛을 독차지하여 더 장엄하다. 북극의 빛을 삼켰다 하였다. 이것이 모두 지금 친구로 찾아준 유가의 대가에게 있다. 손님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잘도 표현하였다. 이것이 바로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풀이하는 시인의 묘수인 것이다. 

한편 시어의 공간 구성도 매우 치밀하다. 하늘이 어룡의 기운을 안았다 하였으니, 아래를 위의 공간으로 끌어올렸고, 누대가 북극성을 삼켰다 했으니, 위의 공간을 아래로 당겼다. 모두 중화의 위치로 정돈시켰다. 이 또한 자연을 내게로 이끄는 스님이나 시인의 사상적 의태이다.
 
 
 이종찬 <동국대 교수>
자료출처:(http://bud.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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