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옷으로산문 나선 적 없다
  
  麻衣僧不下山경(마의승불하산경)
참愧如今道未成(참괴여금도미성)
柏樹工夫誰得力(백수공부수득력)
蓮花世界但聞名(연화세계단문명)
狂歌每向愁中發(광가매향수중발)
淸淚多因醉後零(청루다인취후령)
坐罷蒲團還失笑(좌파포단환실소)
莫將吾輩算天氓(막장오배산천맹) 

산문을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베옷이나
부끄럽게도 지금껏 도를 이루지 못했구나
뜰 앞 잣나무 공부 누구는 득력을 해서
연화의 세계에서 다만 이름을 들리지
미친 노래는 항시 근심 속에서 튀어나오고
맑은 눈물은 허다히 취한 뒤에 흘린다
선정을 끝내고 나면 오히려 실소하니
우리를 보고 천진한 백성이라 셈하지 마소. 

연파(蓮坡)대사의 시이다. ‘장춘동잡시(長春洞雜詩)’라 한 여러 수의 시중 끝 수이다. 이 시는 장춘동의 여러 사실들을 서술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현재 처지와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연작인 시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처지로 마감한 것은, 주변의 경관이 좋든 나쁘든 결국은 거기에 거처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생각이다. 

이 장춘동의 산문을 한 번도 나선 적이 없지만, 부끄럽게도 도를 이룬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도의 실체가 무엇인가. 본인이야 이룬 것 없다 하지만, 시의 내용으로 보면 이미 모든 진리가 대사의 몸으로 응축되고 있는 것이다. 

잣나무 공부란 조주스님의 공안이다. 어느 스님이 조주에게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냐 했을때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라 한 데서 온 것이니, 진리의 당체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의 담담한 그 실상 자체가 도라는 것이 아닌가. 누가 여기에서 힘을 얻었느냐는 반문으로 대사 자신의 득력처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연화장 세계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여기서 ‘다만(但)’의 한 글자가 스님의 겸손이면서 실행을 강조하는 한 외침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이런 수심에는 미친듯한 노래도 있고 취한듯한 눈물도 흘려 보는 것이다. 이것이 선정을 마치고 난 실소요, 평상심이다. 평상심 이것이 천진한 백성이고 그것이 성불이 아닐까.
 
 
 
 이종찬 <동국대 교수>
자료출처:(http://bud.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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