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岷周之山)기



                          -아미- 





이러저러한 일들이 생겨나 오대산 노인봉 이후로 산행을 못하니

그리움에 안달이 나 어떻게든 산에 오르고자 미리 꼬리를 달고 

다른 약속을 배제 시켰다



이번 산행은 민주지산이란 이름이 주는 그 어떤것이 마음을 잡아 이끄는

기대와 궁금증 설레임이 더했다

새벽 4시 기상하여 일상이 되어버린 명상의 시간을 30여분쯤 갖고

서둘러 아침을 준비하고 하루하루 한해한해 갈수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얼굴에 

분을 바르고 입술을 발라 약간의 마음의 위안을 삼고

아무리 바빠도 아침이면 치르는 화장실에 볼일도 보고

소박한 짐을 꾸려 여명이 밝지않은 

새벽의 기운을 온마음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기쁜마음으로 이스턴호텔로 발길을 서두르는데....

어디론가 낯선곳으로 떠난다는것은 우리 삶을 값지게 하는 그 어떤것이 있다

미지의 새로운 세계로의 여정은 늘 예기치 않은 어떤일들이 있다

때로는 기쁨..때로는 슬픔..때로는 고난과 역경이 자리하여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된다



우리는 삶에 기반을 다지고

아이들도 어느정도 성장을 한뒤

살아온날들을 반추해보며 인생과 인연에 대해 사색을 하고 여행을 하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데

사실 이런 시간이 필요한것은 불혹의 나이를 훌쩍 지나버린 우리가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여행을 시키고 미래에 대한 사색을 통해

자기주관을 갖고 삶에 이정표를 세우고 

정도를 따라가는 삶을 살아갈수 있는 

지혜를 주는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싶다





7시를 넘으니 뿌옇게 여명이 밝아오고

민주지산을 향하는 차안에서 매력있는 아톰님의 진행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게임도하고 

지방에서 오시는님들과 접선 대미2교 산아래 섰다

지방에서 오시는 또다른 팀에 도착시간이 늦어져

우린 먼저 민주지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4시간 산행이라 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는데

쉬임없이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산행이 결코 쉽지않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푸르기만 하고

발아랜 5-6cm 낙엽이 사각사각 폭삭폭삭

두꺼운 외투를 벗어 배낭에 둘러맸는데도 연신 흐르는 땀에

헤어밴드를 하고 숨소리가 가빠진다



산이 나를 부르는것인지

내가 산을 찾는것인지

가고 또 가도 정상은 멀기만 하고

그저 한걸음 한걸음 내걷다 보면 어느사이 정상정복(?)성취감을 가지는

이런 힘듦이 주는 묘한 매력에 중독이 되어 산을 찾는다



민주지산(岷周之山ㆍ1242 m)은 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주 등에 걸쳐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다

어떤이들은 민주지산(岷周之山)을 

'민주지산(民主之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른바 백성이 주인인 산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3 개의 도를 아우르는 분수령인 

삼도봉(三道峰)을 품고 있다고 해서

'3 도(道) 화합의 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돌맹이 하나 없이 순한 흙길로 이어지는 낙엽쌓인 발걸음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이름모를 산새소리를 들으며 오르는데 조릿대의 군락지를 만난다

내 키만큼의 조릿대( 차가운 성질의 조릿대의 잎사귀 뿌리를 우려내어 

장기간 복용하면 고협압이 치유된다)를 

헤쳐가며 오르다보니 확트인 정상에 서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산세가 참 아름답다

산너머 산..또 산너머 산..옹기종기 모여사는 작은 농가들..황량한 들판...

굽이굽이 하얗게 이어지는 도로

갈색으로 탈바꿈한 늦가을의 정취가 새롭다

숨을 길게 들여마쉬며 맘껏 여유를 즐겨본다



우리 산빛님들은 자태를 뽐내가며 기념사진을 찍고

새벽녘 집을 나서느라 아침식사를 제대로 먹지 못한 시장기에

꿀맛같은 점심을 옹기종기 둘러앉아 나눠먹는다



우린 일정대로 서둘러 하산을 서두르는데 참 기이하다

우리 삶이 음.양이 분명하지만

빛과 어둠..행복과 불행..양면성을 갖긴 하지만

이곳 민주지산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오르막길은 돌멩이 하나 없이 흙길로 끝없이 이어지더니

내리막길은 큰자갈 작은자갈로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 모두는 무사히(?)하산하여 상경을 서두르는데

상추객들이 고속도로를 모두 점령하여 거북이 속도로

10시40쯤 양재역 깡드쉬님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부대찌게에 서둘러 밥과 반주를 겸해 먹고

각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산은 한모습인데

산행에서 느끼는것은 늘 색다르다

비가오면 비가온대로 좋고

눈이오면 눈이온대로 좋은것이 산행이다

그래서 산은 늘 한모습이면서도

늘 다르고 늘 새로움에 다시 찾게되는.........



그럼 다음산행을 기약하면서.....늘 좋은날 되세요



2004.  11.  24.  (옛 책갈피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