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오형록
뜨겁게 흐르던 거센 동맥은 일시에 멈추어선다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적기의 출현이 시작된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유영하던 엔도르핀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우회로를 찾는다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길 어귀에
발길을 멈추고 잎사귀 사이로 하늘을 보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태양의 미소가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낸다
살얼음판을 걷던 오금 절인 시간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아지랑이 아롱이는 길 어귀 나뭇가지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난다
볼수록 애틋하던 홍매화 고운 얼굴은
봄기운 흠뻑 머금어 갈수록 탐스런 자태로 무장한다
일단정지의 숨 막히던 시간은 가고
무장한 홍매화 요염한 자태에 넋을 빼앗기고
동백꽃처럼 붉게 타오르던 봄 처녀 가슴은
지금 이 순간 공습경보가 발효 중이다
또다시 동맥에 부하가 걸리면
동분서주하던 엔도르핀은 새롭게 생성된 물꼬를 따라
뜨거운 심장을 다스리며 솟구치는 젊음을 만방에 뿌리고자
요란한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가늠한다.